HBF 최대 용량
512GB
HBM4 대비 8배
대역폭 (3등급)
0.4~3.0TB/s
HBM4 1스택 2TB/s 초과
레이턴시
약 10μs
HBM 대비 100배 이상 느림
컨소시엄 참여
4곳
엔비디아·삼성·마이크론 불참
2026년 8월 3일 SanDisk와 SK하이닉스가 Open Compute Project를 통해 업계 첫 HBF(High Bandwidth Flash) 기술 표준을 공개했다. 낸드를 HBM처럼 쌓아 AI 추론용 메모리 계층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시도다. 기술 서사는 설득력 있고 표준화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지만, 정작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AMD·삼성·마이크론이 전부 빠져 있다.

1. HBF는 일반 낸드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 NAND 다이 하나의 대역폭은 약 4.8GB/s다. SSD는 이를 8~16채널로 묶어 PCIe로 내보낸다. 즉 낸드의 대역폭 한계는 셀 자체가 아니라 인터페이스와 채널 수에서 온다. HBF는 여기를 파고든다.

핵심 발상 — 어레이를 수천 개로 쪼갠다

SanDisk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거대한 어레이를 아주 많은 수의 어레이로 쪼개서 각각을 병렬로 액세스한다"다. 기존 낸드의 block/page/plane 계층을 넘어 수천 개의 독립 서브어레이로 분할하고, 각 서브어레이가 자체 read 채널을 갖는다. 개별 읽기는 여전히 마이크로초 단위로 느리지만, 수천 개를 동시에 돌려 총대역폭을 만드는 구조다. 패키징만으로 기존 PCIe 5.0 NVMe 낸드 대비 약 100배 대역폭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CBA — 이걸 가능하게 한 물리적 전제조건

CBA(CMOS directly Bonded to Array)는 3D 낸드 셀 어레이 웨이퍼와, 선단 로직 공정으로 별도 제조한 주변회로 웨이퍼를 직접 본딩하는 방식이다. 기존 낸드는 주변회로가 셀 어레이와 같은 공정에 묶여 있어 로직 성능이 낸드 공정에 종속된다.

왜 중요한가. 서브어레이를 수천 개로 쪼개면 센스앰프·디코더·I/O 회로가 폭증한다. CBA 없이는 이 회로 오버헤드를 감당할 다이 면적과 전력이 나오지 않는다. CBA는 병렬 서브어레이 분할의 인에이블러이며, HBF 서사의 기술적 출발점이다.

물리 구조

참고로 다이 간 적층이 마이크로범프인지 하이브리드 본딩인지, 채널·의사채널 수가 몇 개인지는 미공개다.

2. HBM 대비 실제 스펙 —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항목 HBM4 (1스택) HBF 판정
용량64GB512GBHBF 8배 우위
대역폭약 2TB/s0.4~3.0TB/s최상위 등급은 HBF 우위
레이턴시약 100ns약 10μsHBM 100~1000배 우위
쓰기 수명사실상 무한약 10만회 P/EHBF 치명적 제약
최소 읽기 단위64B128BHBF 불리
리프레시 전력필요불필요 (비휘발성)HBF 우위
단위 가격$15.5~16.7/GB$1~2/GB (역산 추정)HBF 우위

가격 항목은 부연이 필요하다. 엔터프라이즈 낸드는 $0.18/GB인데 HBF 역산치는 $1~2/GB로 5~11배 비싸다. TSV·CBA·16단 적층·인터포저 패키징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따라서 "낸드 가격으로 HBM 용량"이 아니라 "HBM 가격으로 HBM 대비 8~16배 용량"이 정확한 표현이다. 밀도의 근원은 물리다. 낸드는 5~15Gb/mm², DRAM은 0.2~0.3Gb/mm²로 20~50배 차이가 난다.

표준 문서에 없는 것 — 실측 레이턴시, 쓰기 내구성 스펙, ECC 오버헤드, 열 방출 경로, TSV 본딩 방법론. SanDisk도 SK하이닉스도 지금까지 이 숫자들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현재 유통되는 성능 수치는 전부 벤더 주장이며 제3자 실리콘 벤치마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3. 인터페이스 전환 — 가장 덜 보도된 변화

이 지점이 이번 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변경인데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시점인터페이스 전략
2025년 2월 ~ 2026년 초 "HBM4 PHY 레벨 호환, 기존 인터포저 인프라 재사용 가능" (단 drop-in replacement는 아니라고 명시)
2026년 8월 OCP 표준 UCIe 채택 (64 lanes, 최대 64GT/s). SanDisk는 이를 "xPU-HBF 인터페이스"로 호칭

HBM 전용 PHY에 묶이면 GPU 벤더 한 곳에 종속되지만, UCIe는 칩렛 생태계 표준이라 커스텀 ASIC·NPU도 붙일 수 있다. HBM 인터포저 재사용이라는 초기 세일즈 포인트를 버리고 이종 프로세서 유연성을 택한 전략 변경이며, 엔비디아·AMD 미참여 상황과 묶어서 읽어야 할 신호다.

표준화 창구가 JEDEC이 아니라 OCP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SanDisk는 OCP의 목표 지향적 워크스트림이 실시간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6년 2월 25일 워크스트림 개시 후 6개월 만에 첫 규격이 나왔다. 다만 JEDEC 표준이 아니라는 점은 메모리 업계 정통성 측면의 약점이기도 하다.

4. 포지션 — 대체재가 아니라 새 계층, 그러나 슬롯은 가져간다

공식 표현은 "공존(coexist)"이다. SK하이닉스는 HBF를 "HBM과 SSD 사이에 놓이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규정했고, SanDisk CTO Alper Ilkbahar는 "HBM의 drop-in replacement가 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다.

제안된 메모리 계층

계층담당 데이터이유
HBMKV캐시, activation, attention토큰마다 갱신되는 쓰기 집약 데이터
HBF모델 가중치, MoE expert추론 중 절대 쓰이지 않는 읽기 전용 데이터
SSD콜드 스토리지대용량 저빈도

HBF가 추론에 맞는 기술적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사전학습 가중치는 frozen이라 낸드의 쓰기 약점이 노출되지 않는다. 둘째, 디코드 단계의 메모리 액세스 패턴이 결정론적이라 프리페치로 마이크로초 레이턴시를 파이프라인에 숨길 수 있다. 셋째, 순차적 대용량 스트리밍이라 128B granularity 제약이 문제되지 않는다.

MoE에서 특히 유리하다. 토큰마다 전체 파라미터 중 극히 일부 expert만 활성화되므로, 거대하지만 대부분 idle인 expert 가중치를 고용량 저비용 계층에 두는 것이 구조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런데 패키지 레벨에서는 실제로 HBM을 치환한다

구성스택 배치총 용량
현행 AI GPUHBM 8스택192GB
하이브리드HBM + HBF 혼합3TB
HBF 전량HBF 8스택4TB

동일 인터포저 위에서 HBM 스택을 HBF로 치환하는 것이 명시적 설계 시나리오다. GPT-4급 1.8조 파라미터 모델(FP16 기준 3.6TB)을 단일 GPU 패키지에 전량 탑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HBM을 죽인다"가 아니라 "HBM 슬롯의 일부를 가져간다"가 정확한 표현이고, 이것이 카니발라이제이션 리스크의 실체다.

못 하는 것

5. 상용화 타임라인

시점마일스톤상태
2025-02-11SanDisk Investor Day에서 HBF 최초 공개완료
2025-07-24기술자문위 결성 (의장: UC버클리 David Patterson, RISC 공동창시자)완료
2025-08-06SanDisk·SK하이닉스 표준화 MOU완료
2026-02-25OCP 전용 워크스트림 개시완료
2026-08-03OCP 첫 기술 표준 규격 공개완료
2026 하반기첫 HBF 샘플, 낸드 실리콘, 파일럿 라인 가동 (일본 유력)예정
2027 초~중컨트롤러 포함 완전 시스템 솔루션, 첫 AI 추론 디바이스예정
2028년 이후본격 상용화 (일부 전망은 2030년)전망

6. 최대 공백 — 엔비디아가 없다

구분기업
참여SanDisk, SK하이닉스, Google, Tenstorrent
불참엔비디아, AMD, 인텔, 브로드컴, 마벨, 퀄컴, 마이크론, 삼성전자, Western Digital

Jensen Huang이나 엔비디아가 HBF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엔비디아가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1월 발표한 CMX(Context Memory Storage Platform)는 BlueField-4 스토리지 프로세서에 NVMe SSD를 붙여 LLM 추론의 KV캐시 전용 컨텍스트 계층을 만드는 구조다. 파트너사만 15곳 이상이다.

즉 "GPU 옆에 플래시를 쌓는" HBF 방식과 "DPU 뒤에 SSD를 붙이는" 엔비디아 방식이 정면으로 갈린다. SK하이닉스·키옥시아가 엔비디아와 개발 중인 100M IOPS SSD가 CMX에 통합되면 HBF의 필요성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경쟁 노선이 이미 3갈래로 갈렸다

Optane 선례 — 인텔 Optane은 기술 성능이 우수했지만 어정쩡한 가격-성능 포지션과 밀도 스케일링 열위로 실패했고, 결정타는 유일한 볼륨 파트너였던 마이크론의 이탈이었다. HBF도 현재 SanDisk와 SK하이닉스 2개 벤더 생태계다. 구조적으로 동일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

7. 시장 반응 — 랠리는 있었지만 귀인은 애매하다

발표는 8월 3일 미 증시 마감 후였으므로 온전한 반응일은 8월 4일이다.

종목8/4 등락비고
SanDisk (SNDK)+10.8~11.5%종가 $1,427.62
Micron (MU)+6~8%HBF 무관
SK하이닉스 (SKHY, 나스닥)+3.7~4%—
SK하이닉스 (000660, 국내)+0.64%사실상 무반응

냉정하게 볼 지점이 셋 있다.

첫째, 섹터 베타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같은 날 마이크론이 +6~8%였다. HBF 순수 초과수익은 SNDK의 대(對)마이크론 스프레드 +3~5%p 수준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작 표준을 공동 주도한 SK하이닉스 국내 주식은 발표 당일 +0.64%에 그쳤다.

둘째, 7월 대폭락 위에 얹힌 반등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6일 고점 249.7만원에서 7월 29일 저점 124.6만원까지 50% 빠졌고, 7월 13일 하루 -15.4%를 기록했다. SNDK도 6월 25일 $2,335에서 7월 24일 $1,436까지 38% 하락했다. 그러다 7월 31일 코스피가 사상 최대 +17.91% 폭등하며 SK하이닉스가 첫 상한가(+29.95%)를 쳤다. 극단적 변동성 구간이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HBF를 직접 근거로 목표주가를 변경한 애널리스트가 확인되지 않는다. 8월 3~4일 RBC(Outperform 신규 $200), Stifel(Buy $240), William Blair, UBS($204)의 SK하이닉스 커버리지 개시는 전부 메모리 사이클과 HBM4 논리다. Goldman의 SNDK $2,200, Mizuho $1,825, BofA $2,500도 근거는 낸드 가격 사이클과 420억 달러 규모 장기공급계약(LTA)이지 HBF가 아니다. Mizuho만 HBF를 "시장이 아직 반영하지 않은 촉매"로 정성 언급했을 뿐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8. 매출 전망 — 신뢰 가능한 추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Morgan Stanley, Goldman, Citi, Mizuho, BofA와 국내 증권사 리포트를 확인한 결과, HBF 시장 규모를 달러 단위로 추정한 리서치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SanDisk도 SK하이닉스도 HBF TAM을 공식 제시한 적이 없다. 여기서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근거가 없다.

존재하는 것은 정성적 장기 전망뿐이다. KAIST 김정호 교수가 "2038년경 HBF 시장이 HBM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개인 견해이며 정량 모델은 없다.

비교 기준선 확정

시장2026년2027년
HBM546억 달러 (YoY +58%)—
NAND 전체1,473억 달러1,757억 달러 (+19.3%)
2026~2027년 실적 기여는 사실상 0이다. 현 시점 HBF는 완전한 pre-revenue 서사이며, SNDK의 시가총액을 지탱하는 것은 HBF가 아니라 420억 달러 규모 장기공급계약과 낸드 사이클 피크 이익이다.

정리

기술 관점 — HBF의 핵심 혁신은 낸드 셀이 아니라 어레이 분할 + CBA 본딩이라는 구조 설계다. "느린 것을 수천 개 병렬로 돌려 빠르게 만든다"는 접근이며, 이는 레이턴시가 아니라 대역폭이 병목인 워크로드에서만 성립한다. AI 추론의 가중치 스트리밍이 정확히 그 조건을 만족한다. 반대로 학습·KV캐시·레이턴시 민감 작업에는 원리적으로 적용 불가다.

구조 관점 — HBF는 HBM의 대항마가 아니라 HBM과 SSD 사이의 새 계층이다. 다만 동일 패키지에서 HBM 스택을 물리적으로 치환하는 설계이므로, 추론 세그먼트에서 HBM의 단가·물량 협상력을 약화시킬 잠재력은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낸드를 모두 보유해 어느 쪽이 이겨도 헤지되지만, 자체 HBM이 없는 SanDisk는 일방적으로 노출돼 있다.

확인할 변곡점 4가지

  1. 2026년 하반기 샘플의 실측 레이턴시·내구성 — 끝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신호다
  2. 엔비디아 또는 AMD의 컨소시엄 합류 — 없으면 Google·Tenstorrent 커스텀 실리콘 니치에 갇힌다
  3. 삼성·마이크론의 선택 — 합류할지, 경쟁 표준을 낼지, 무시할지
  4. 2026년 8월 13일 SanDisk Investor Day — HBF TAM과 로드맵 첫 공식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

표준화 속도(워크스트림 개시 6개월 만에 규격 공개)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표준은 blueprint이지 제품이 아니다. 실물 실리콘, 수율,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Blocks & Files의 정리가 가장 정확하다 — 업계 표준이 있고 엔비디아가 채택하면 미래가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고전한다. 조건 1은 8월 3일 충족됐고, 조건 2는 여전히 미충족이다.

주요 출처

이 글은 개인적인 학습과 기록을 위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일정과 수치는 발표 시점에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